답*민 | 2025-12-11 19:24:16 | 256
안녕하십니까.
사실 저는 이 글을 쓰기 전까지 “어차피 내년 지방선거 지나면 지금 의원님들 중 몇 분은 다시 안 돌아올 테니… 그냥 6개월만 참아볼까” 고민했습니다.
하지만 이번 본예산 심사 과정을 생방송으로 지켜보면서 더 침묵하는 것은 세금을 내는 시민으로서 무책임하다는 판단에 결국 이 글을 올립니다.
■ 이것이 과연 ‘심사’인가 — 지방자치법이 요구하는 수준에 한참 미달
「지방자치법」제44조(의원의 의무)는 지방의회의원은 공공의 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그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하고, 동법 제47조는 지방의회의 의결사항에 예산을 포함하고 있습니다.
즉, 예산 심사는 ‘형식적 통과 의식’이 아니라 법률이 부여한 가장 핵심적 권한이자 의무입니다. 그러나 이번 본예산 심사에서 보여준 모습은 이 법률적 책무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.
■ 핵심을 묻지 않는 ‘심사 흉내’
대형 사업, 증액 사유, 성과지표, 집행률 등
반드시 짚어야 할 항목에 대한 실질적 질의는 거의 없었습니다.
예산을 다루는 자리는 부서 설명 듣고 고개 끄덕이는 시간이 아니며, 예산안은 심사 없이 자동 승인되는 서류가 아닙니다.
이 정도 수준의 검토라면 과연 의원님들이 예산서를 실제로 읽긴 했는지 의문이 듭니다.
■ 예산과 무관한 ‘지식 전시회’
회의 중 일부 발언은 더 황당했습니다.
예산과 관련성도 없는 개인 경험, 유튜브에서 본 듯한 피상적 지식, 전문성 없는 단편적 정보 나열…이런 발언들이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예산 심사 시간에 등장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업무 태만을 의미합니다. 핵심 문제를 파고들어야 할 시간에 등장한 ‘지식 자랑’, 예산 심사는 강의나 토크쇼가 아닙니다.
■ 그리고 이번엔 정말 잘했다 — ‘현장방문을 안 간 것’ 말입니다.
아이러니하게도, 이번 심사에서 의원님들이 현장방문을 안 간 것은 오랜만에 시민이 “잘했다”고 느낄 만한 결정이었습니다.
현장방문의 목적이라고 하면 실제로 예산이 쓰일 사업현장을 가봄으로써 예산 집행의 적정성 확인, 사업 필요성 검증 등 심의 의결 전 직접 확인하고 판단하기 위해 가는거 아닙니까?
그러나 그동안 현장방문이라고 하면 문제 분석과 개선안 도출이 아닌, 대체로 사진 몇 장 찍고 점심 먹고 오는 ‘의원 체험 일정’에 가까웠습니다.
그래서 이번에는 이렇게 느꼈습니다.
“아, 드디어 내 세금이 기름값·중식비·의원 일정 소화비로 빠져나가지 않았구나.
이번 심사에서 가장 확실한 예산 절감 효과는 현장방문을 안 간 것.”
이게 시민이 느낀 가장 확실한 재정 절감 효과라면, 그동안의 방식에 얼마나 문제가 많았는지 되돌아봐야 합니다.
■ 시청 공무원들과 사무국 직원들이 불쌍합니다
어떤 의원님들은 기본적인 자료도 안 읽어온 상태에서 엉뚱한 지시·반복 질문·자료 요구를 하고 있고 이런것들 때문에 정작 해야 할 행정 업무보다는 불필요한 문서를 밤새워 처리하고 있는건 아닌지요.
행정은 누가 대신합니까? 그 부담은 결국 공무원과 시민 모두에게 돌아갈겁니다.
의원이 준비를 하지 않으면 그 피해는 행정이, 그리고 시민이 고스란히 떠안습니다.
이 구조가 얼마나 비효율적이고 비정상적인지, 정말 모르는 걸까요? 아니면 모르는 척하는 걸까요.
■ 시민의 세금은 ‘의원놀이’ 비용이 아닙니다.
의원님들의 미흡한 준비, 형식적 심사, 필요성 없는 방문은 모두 시민의 세금을 헛되이 사용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. 그리고 저는 제가 낸 세금이 이런 방식으로 사용되는 게 정말 아깝습니다.
■ 결국 내년 선택은 시민이 합니다 — ‘물갈이’가 필요한 이유
저는 특정 정당이나 특정인을 지칭하려는 게 아닙니다. 다만 이번 본예산 심사 과정을 지켜본 시민으로서, 의회 구성 자체가 새로워져야 한다는 생각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.
예산의 기본도 묻지 않는 의원, 지식 자랑에 시간을 쓰는 의원, 현장방문을 결과 없이 다니던 의원…
이런 태도가 반복된다면 의회에 대한 시민 신뢰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습니다.
내년 지방선거에서 몇 분이나 그 자리에 다시 돌아오실지, 그 결과는 시민이 결정할 것입니다. 그리고 그 선택의 기준은
감정이 아니라, 이번 예산 심사가 보여준 직무 수행 수준의 냉정한 평가가 될 것입니다.
지금이라도 남은 임기 동안 최소한, 의원으로서의 직무를 성실히 수행할 의무 만큼은 지켜주시기 바랍니다.
그것이 시민이 요구하는 가장 최소한의 기준입니다.
■ 끝으로
이 정도 수준의 본예산 심사가 과연 시민이 기대한 감시·견제 기능이라고 14분의 의원님들은 떳떳하게 말할 수 있습니까?
6개월만 참고 넘기려 했지만, 이번 심사는 그 최소한의 기대조차 충족하지 못했습니다.
부디 남은 임기 동안만큼은 예산을 다루는 자리에 걸맞은 무게감과 책임감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.
감사합니다.
※ 본 글은 전체 14명의 서산시의회 의원 여러분께 모두 전달해 주시기 바랍니다.
그리고 본 글이 실제로 각 의원에게 전달되었는지 여부에 대해
의회사무국은 반드시 답글로 회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.